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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머리 아프다"는 아이... '소아 뇌종양' 의심 신호는?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이마를 부딪힌 4세 연아(가명). 단순 타박상으로 여겼던 부모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이후에도 두통을 호소하는 연아를 데리고 부모는 응급실을 찾았다. CT 결과, 연아 머리에 혹이 있다며 MRI를 찍어야 했다. MRI 결과, 연아의 오른쪽 두뇌 두정엽에 6.5cm 정도 되는 종양이 발견됐다.
아이들은 증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머리가 아프다"는 표현을 넓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처럼 흔한 원인이지만, 일부에서는 소아 뇌종양의 신호일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26년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병원에서 뇌종양 진료를 받은 19세 이하 환자는 한 해 2,587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50% 이상이 악성 뇌종양 환자다. 소아신경외과 정상준 교수(서울아산병원)의 자문을 통해 어린이 두통과 혼동하기 쉬운 소아 뇌종양의 주요 증상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소아 뇌종양, 일반적인 어린이 두통과 어떻게 다를까
소아에서 흔한 두통은 크게 편두통, 긴장형 두통, 이차성 두통으로 나뉜다. 편두통은 성인과 달리 양쪽 머리가 함께 아픈 경우가 많고, 복통이나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긴장형 두통은 스트레스나 피로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감기나 수면 부족, 시력 문제 등으로 인한 이차성 두통도 흔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뇌종양을 의심해야 할까? 소아 뇌종양에서 나타나는 두통은 일반적인 두통과는 다른 특징적인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자주 아픈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악화되거나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예컨대 두통과 구토를 보이다가도 시야 이상, 사시, 복시, 보행 불안정, 경련, 성격 변화 등 여러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소뇌나 뇌간 부위에 종양이 생긴 경우에는 두통과 함께 보행 불안정이나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정상준 교수는 "소아 뇌종양에서 발생하는 두통은 종양 자체보다는 뇌압 상승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두통의 강도보다 '양상의 변화'와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인 뇌종양과는 달라... "사실상 다른 병"
정상준 교수는 성인 뇌종양과 소아 뇌종양에 대해 "(둘은) 종양의 발생 위치가 다를 뿐 아니라 생물학적 특성, 양상, 종류가 다르다"며 "이름은 같아도 사실상 다른 병"이라고 말했다. 먼저 성인은 대뇌에 생기는 종양이 많지만, 소아는 절반 정도가 소뇌나 뇌간 같은 후두와 부위에 발생한다. 소뇌는 대뇌를 도와 운동조절기능을 한다. 따라서 소아 뇌종양은 잘 걷지 못하고 자주 넘어지는 등 운동기능이상이 나타난다. 또 눈동자 움직임에도 이상이 생겨 사시처럼 보일 수 있고 사물이 겹쳐 보여 아이가 어지럽다고 표현할 수 있다.
성인 뇌종양은 교모세포종이나 전이암이 흔하지만 소아 뇌종양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세부적으로는 수십 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뇌와 척수 내부의 신경교세포에서 기원하는 신경교종, 소뇌에서 주로 발생하는 수모세포종, 뇌실 주변에서 생기는 뇌실막종,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인접 부위에 생겨 시력과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두개인두종, 그 외에 생식세포종양 등이 있다. 각 종양은 발생 위치와 성장 속도, 치료 반응이 서로 달라 환자 개인별 맞춤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정확한 원인 알 수 없는 소아 뇌종양... "완치 불가능한 건 아냐"
정상준 교수는 "자녀의 소아 뇌종양 판정을 받은 부모 대다수가 왜 우리 아이에게 생겼을까?"하며 원인을 가장 궁금해한다고 말한다. 신경섬유종증(NF1), 결절성 경화증 같은 유전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학계 보고는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원인이 불분명해 예방법 또한 사실상 없다.
그렇다고 완치가 불가능 한 건 아니다. 소아 뇌종양 중에는 완치 가능성이 높은 경우도 적지 않다. 저등급 교종이나 일부 소뇌 종양은 수술만으로 완치되는 경우가 있으며, 생식세포종양처럼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에 잘 반응하는 종양도 있다. 반면 뇌간 교종이나 일부 고등급 종양은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정 교수는 "중요한 것은 단순히 뇌종양 여부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종양인지에 따라 치료 여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종양 제거, 1㎜의 오차만으로 평생 지능 영향... '성장·발달'이 우선
뇌종양 치료는 기본적으로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정상준 교수는 "소아 뇌종양의 경우,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에서 치료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아의 뇌는 끊임없이 발달하는 역동적인 상태이므로, 종양 제거 과정에서 단 1㎜의 오차만으로도 아이의 지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세포 분열이 빠른 성장기에는 방사선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방사선 치료는 아이들의 뇌 발달을 저해하거나 조직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어 가능하면 방사선 치료를 미루고 항암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FDA, 소아 뇌종양 치료제 임상 승인... "환자별 맞춤 치료로 변화할 것"
지난 2026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랜턴 파마의 소아 뇌종양 치료제 임상 시험을 승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상준 교수는 "여러 신약과 임상 시험이 진행됨에 따라 앞으로의 치료 방향도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정 신약 하나에 의존하기보다는, 종양의 분자유전학적 특징에 따라 환자를 세분화하고, 수술·방사선·항암치료를 기반으로 한 표적 치료나 면역 치료를 병합하는 식이다.
같은 종양이라도 나이와 위치, 분자유전학적 특징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같은 수모세포종이라도 위험도에 따라 치료 강도를 조절하며, 일부 환자에서는 방사선 범위를 줄이거나 항암치료를 강화하는 등 환자의 뇌종양 특징에 맞춰 치료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완치 환자 늘고 있어... "아이의 정서적 부분까지 함께 관리"
소아 뇌종양은 쉽지 않은 질환이지만, 모든 경우가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치료 성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완치되는 환자도 늘고 있다. 정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에 의심하고 진단하는 것, 그리고 전문적인 치료와 장기적인 관리"라며 "치료 이후에도 인지와 성장, 정서적인 부분까지 함께 관리하는 것이 아이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조언했다.